남해안 유람기 (2001.7.30 月~2001.8.3 金, 5日間)

1999년, 한국 나이로 29세 때. 비장한 마음으로 나의 20대를 정리하고 성숙된 30이 되고자 홀로 단신 전국 유람을 떠난지도 어언 2년이 지났다. 31세가 되었고 얼마전엔 만30의 전환점을 돌았지만 기대되던 인간적인 성숙과 여유로움은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심란한 마음과 자기 정체성만 더할 뿐이다. 사람에 지쳐가고 조직에 지쳐가고 꿈은 자꾸만 작아져만 갔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현실과 떨어진 객관에서 가능하며 따라서  복잡한 나의 주변을 떠나게 되는 여행은 더욱 가치가 있는 듯 하다. 전형적인 피서철이고 성수기인 시기이지만 모처럼의 휴가를 맞이하여 제2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여기에 그 모든 전모를 공개한다. 이것은 나의 이번 여행이 보다 의미있게 후일에 기억되기 위한 자신만의 기록이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를 찾는 혹자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함께 싣고자 한다.....炫


여행 일람

기간: 2001.7.30(월) ~ 2001.8.3(금), 4박 5일간
주요 여행지: 남해안 일대(땅끝 마을(土末), 보길도, 돌산도, 오동도, 남해도, 금산)
준비물: 산타페(디젤 차량으로 연료 절감 효과, 짐 보관에 탁월), 코펠, 버너, 부탄가스, 돗자리, 식기류 (나무 젓가락, 일회용 수저, 도마, 칼, 컵, 그릇, 키친 타월 등) 통조림(스팸, 꽁치, 참치, 장조림), 조미료, 김치, 라면, 떡갈비, 과일(사과, 참외), 야채류(감자, 상치, 마늘, 양파), 쥐포, 오징어, 맥주, 음료수, 모기향, 홈매트, 물파스, 야구 글러브, 공, 아이스 박스, 해외 여행용 가방, 물품 보관함, 운동화, 세면 도구, 옷, 선글래스, 망원경, 디지탈 카메라, 충전기, 여행용 책자, 지도, 음악용 CDs, 수영복, 물안경


여행 코스

첫째날(月): 수지~동수원IC~회덕~광산IC~나주~영암~해남~토말~보길도 (숙박:보길도 청기와 민박)
둘째날(火): 보길도~해남~강진~장흥~보성~벌교~순천~여수~돌산도 (숙박:돌산도 등대 산장)
셋째날(水): 돌산도~오동도~여수~순천~광양~남해고속도로~하동IC~남해 (숙박: 남해도 내산 휴양림)
넷째날(木): 남해도 (숙박: 남해도 내산 휴양림)
다섯째날(金): 남해~진교IC~남해고속도로~광주~호남선~회덕~양재IC


여행 수기

떠나기전..

여행의 원래 출발 시간은 일요일 새벽7시. 첫번째 목적지인 보길도를 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길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저녁, 여행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과 먹거리들을 사기위해 "마트"를 방문했고 두 시간여의 즐거운 쇼핑 시간을 가졌다. 장을 마쳤을 때는 자정이 다 될 무렵..하지만 여기서 사고가 터지고 만다. 쇼핑의 흥분을 누르지 못한 내가 주차장에서 급속 후진. 남의 차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물론 나의 새차도..그나마 연락도 제대로 안되어 메모만 남기고 일단 귀가. 역시나 30분정도 후에 전화가 와서 다시 "마트" 주차장으로 갔다. 거기서 일하는 젊은 직원의 차.. 다소 깐깐하게 군다. 처음으로 사고 처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절차가 복잡하게 느껴질 뿐이다.  결국 그 젊은 사람의 등살에 출발을 하루 미룰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나마 일요일에라도 모든 처리를 끝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귀가를 했다...
긴장했나 보다..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출발도 미루어졌으니.. 결국 맥주에 손을 대고 만다. 일행들과의 대화로 긴장을 풀기도 하고 이런저런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눴다. 한둘씩 잠을 청하는 가운데 벌써 새벽5시..박찬호의 콜로라도 전이 펼쳐진다. 보기로 한 것.. 비몽사몽간에 보고 말았다. 뒤늦게 잠을 청하건만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역시 비몽사몽간에 두세시간 잠을 청했다. 모두가 잠에서 깰 무렵..  아침을 해 먹기로 결정. 후배가 해주는 김치찌게를 맛 본다. 음..괜찮군.. 그리고 전화.. 사고처리를 위해 분당으로 출발하여 결국 합의를 본다.. 물론 상당한 금전적 손실.. 하지만 사고처리가 일단락 된 것에 만족하며 출발시간을 논의했다. 당장 출발인가 아님 월요일 새벽인가.. 모두들 월요일 새벽의 출발을 원했다. 그래서 더더욱 여유로운 일요일 하루.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어서인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시원스레 느껴진다.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화투"에 손을 대고 말았는데 이것이 이번 여행의 한 테마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저녁시간 까지 플레이는 지속되었고 일행들은 저녁까지 잊고자 했다. 어렵사리 플레이를 끊고 몸 보신이 될 수 있는 "불고기정식"을 외식한다. 맛있다. 그리고 귀가.. 내일 출발을 위한 짐 꾸리기에 들어간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정리가 끝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일부는 "스크림3"로 괴성을 지른다. 덩달아 나도 잠이 안온다. 애들은 참 잠도 없다. 내일 여행이 설렌다. 날씨도 걱정이고.. 과연 남부지방의 날씨는??  방이나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혹시 제2의 사고는 없을지? 우리의 여행은?? 모든 것이 미지일뿐이다.

첫째날(月): 

새벽5시. 기상 시간..각기 샤워와 짐꾸리기를 한다. 너무 이른 시간... 정말 먼 여정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날씨는 다행히 일단 비가 멈추었다. 짐을 차에 싣고 드디어 출발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월요일 새벽의 선선함이 초심자의 마음과 유사함을 느낀다. 달리기를 한두시간..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자 내린다. 부페식이다. 간단히 요기를 한다. 그리고 다시 고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수록 햇살의 따사로움은 더해진다. 그리고 뻥 뚫린 고속도로.. 회덕 분기점을 지나 호남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이길을 운전해 가기는 처음이다. 2차선이였지만 경치가 자연스럽다. 백양사 휴게소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햇살의 뜨거움이 장난이 아니다. 광산 IC에서 나와 이젠 국도다. 나주, 영암, 해남을 지나 더 좁은 길로 토말을 향해 나아간다. 땅끝 마을이라 불리는 토말...갈두라고도 불리운다. 여기서는 이른 아침,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유명한 곳. 우리 나라 육지의 최남단이다. 보길도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는 많은 차의 행렬.. 당황스러웠지만 시간만이 이를 해결할 뿐.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로 더위를 달래며 우리의 차례를 기다린다. 드디어 차를 배에 태운다. 20대 정도의 차가 들어갈 수 있었고 차주 포함 18000원의 요금이다. 사람은 7000원정도의 요금.. 

       
                           배를 기다리고 있는 차의 행렬                                                    갈두항(토말)에서의 정경

드디어 배가 보길도를 향해 출발.. 보길도까지의 1시간 뱃길... 이때 처음 여행의 참맛을 느꼈다. 시원한 바람과 멋진 풍경. 배의 맨 위, 맨 앞머리에서 1시간의 기쁨을 맛봤다...누가 상상하겠는가? 이 기분을.. 드디어 보길도에 도착하여 하차. 먼저 드라이브를 하기로 하였다.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드라이브 코스. 왼쪽으로 가면 해수욕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먼저 일몰 도로을 일주하며 보길도의 분위기를 살핀다. 이 길의 끝에는 뾰족산이 있고 이 부근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라 한다. 다시 유턴해서 선착장을 지나는데 도중에 윤선도가 유배시절 보냈던 곳을 방문. 선착장을 지나 섬의 동쪽으로 향하면 통리 해수욕장이 보이고 여기서 다시 길은 갈라져 왼쪽으로 가면 중리 해수욕장과 송시열의 글씐바위를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상록수림과 더불어 있는 예송리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예송리 해수욕장은 자갈밭으로 되어 있고 통리나 중리 해수욕장은 모래. 하지만 전체적으로 해수욕장치곤 작은 규모.. 우리는 해수욕을 포기하고 숙소를 찾는데 매진한다. 몇군데 들렀으나 결국 숙소를 찾지 못하고 "청기와 민박"이라는 곳에서 겨우 방 하나를 잡았다. 무척 좁은 곳.. 날씨가 후덥지근하여 바람 한점 불지 않으니 기댈 것은 선풍기 바람 뿐이다. 하지만 방에서 바라본 바다의 정경은 아름다웠고 이 민박집의 뒷편에는 예쁜 잔디밭이 깔려 있어 거기에 돗자리를 깔고 저녁을 해먹었다. 처음으로 코펠과 브루스타를 이용한 저녁 식사... 해질무렵이라 모기 들끓었지만 카레와 떡갈비와 맛있는 김치등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꽉찬 민박집.. 샤워시설은 나름대로 잘 되어있었으나 우리의 방이 너무 좁고 더운지라.. 그 다음은 더위와의 싸움..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추억이 남는 하룻밤이었다. 스타우트 맥주와 함께한 정통 테마 "고스톱"도 잊지 못하리... 땀과 함께 서서히 잠들다... 

둘째날(火):

한 여름의 아침 햇살은 무척이나 따갑다. 남들이 눈을 뜨기 전 잠을 깨어 몸을 씻고 밖의 잔디밭으로 나선다. 어제 저녁의 흔적이 아직 남은 상태. 설겆이와 정리를 한 후배와 같이 한 후 나머지가 눈뜨길 기다린다. 기다림속에 처음으로 캐치볼을 한다. 주르르 내리는 땀. 벌써부터 덥기 시작한다. 날씨는 예상외로 맑았다. 선착장으로 가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주유소가 있다는 종리 해수욕장에도 가본다. 하지만 여기서의 주유소란... 기름통에 받아 차에 부어야 하는 정도.. 포기하고 오는 길에 얼음을 샀다. 하루 정도는 버틸 것을 기대해 본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준비한다. 밥을 얹어놓고 떡갈비를 굽는다. 이젠 해도 어느 정도 떠올라 그림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햇빛을 직접 받으면 땀이 또 주르르 흐른다. 바람은 왜 이리 불지 않는건지..
간단히 아침을 먹고 뒷정리를 한 후 다시 차에 오른다. 보길도의 항구인 청별항에 이르러 배의 승선을 기다린다. 죽 길게 늘어선 차들속에서 우리의 순번을 세어 본다. 다행스럽게도 두번째 배 정도에는 탈 수 있을 듯 했다. 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보길도에서의 출발을 아쉬워한다.

      
                        청별항에서 바라본 보길도 앞바다                                        시멘트 바닥은 대기하는 차들을 위한 곳

드디어 배에 승선.. 아침 햇살과 함께 시원스런 바람이 배의 속도와 함께 더해진다. 이제 겨우 하룻밤을 보냈건만 벌써 이삼일을 여행으로 지낸 듯 했다. 배에서의 첫 출발은 참으로 상쾌했으며 바다를 보는 마음은, 남해의 여러 섬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마치 세상근심을 잊은 듯 했다.

     

     

     

     

40여분이 흐른 후 드디어 토말에 도착. 하선을 한 후 다시 해남으로 향한다. 다음 목적지는 여수 바로 밑에 있는 돌산도. 여수와는 돌산대교로 이어져 있다. 상당히 오랜 국도로의 드라이브길이 될 것이다. 해남을 지나 강진을 지났고 장흥, 보성, 벌교, 순천의 길을 향한다. 남해와 평행하게 동쪽으로 향하는 길들이다. 허기진 배를 호소하는 후배의 목소리에 중간에 잠시 식당에 들러 점심을 하였다. 그리고 순천에선 삽겹살과 야채등을 추가 구입하여 화려한 저녁을 대비. 순천에서 남쪽으로 틀어 여수로 향한다. 이 길은 정말 과속 측정기가 많으니 운행시 주의 요망. 여수 시내를 통하면 드디어 돌산 대교를 접하게 된다. 이 대교만 통과하면 바로 돌산도가 있다. 이 돌산도의 외곽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며 정상쪽에는 아주 멋진 카페가 하나 있다. 이 카페에서 멋진 정경을 바라보며 팥빙수를 한 그릇 씩....

     
                             돌산의 한 카페.. 언덕의 바람..                                         카페에서 바라본 돌산 주변 풍경
     

다음은 숙소로 정해진 "등대 산장"으로 향하는 길.. 돌산도에는 향일암이라는 곳이 있으며 이곳에서 보는 일출 또한 매우 유명하다. 이곳 대부분의 민박들은 숙박과 식사가 하나의 패키지로 되어 있음에 주의. 창 밖으로 동쪽이 정면으로 보이는 매우 경치가 좋은 산장이었다. 그리 넓은 곳은 아니었고 여전히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날보다는 나은 상황. 지친 몸을 달래고 저녁은 거액을 들여  "꽃게탕"을 먹었다. 한 후배가 거의 독식을 하였지만 모두 포식으로 힘이 나는 듯.. 다시 저녁엔 금주의 테마 "고스톱"을 펼친다. 그리고 수면.. 내일 과연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을런지.. 쿨쿨...

                                       

셋째날(水):

셋째날의 아침은 일출로 시작한다. 새벽5시면 해가 뜨게 되어 있으나 불행히도 날씨는 흐렸다. 비록 지평선에서의 해의 모습은 보지 못하였으나 어느 정도 떠 오른 상태에 비쳐지는 바다 속의 해의 모습은 느낄 수가 있었다. 동쪽으로 향한 커다란 창.. 그 속으로 엄청난 열기의 햇살이 비치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짐을 싸서 향일암의 "등대 산장"을 나선다. 그리고 다시 돌산 대교로 향하는 길. 잠시 돌산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방죽포 해수욕장에 들러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이지만 바다를 보며 돗자리를 깔 수 있는 수목지대를 형성해 놓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잠시 더위를 느끼지만 선선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모처럼 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리고 다시 북쪽.. 드디어 돌산대교를 다시 건넜다. 그리고 우회전.. 여수의 동남쪽에 위치한 "오동도"로 향한다. 오동도 도착..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니 초입에 벌써 모터 보트를 타는 곳이 있다. A,B,C,D의 코스.. 우리는 가장 비싼 D코스를 택했다. 처음 타보는 모터보트.. 그 놀라운 스피드와 화이팅에 우리는 열광의 도가니.. 그리고 코끼리(?) 버스를 타고 오동도 까지 들어가면 시원한 산책로와 지압용 길을 지닌 오동도에 도착하게 된다.

      
              입장료를 낸 후 이 길을 지나야 오동도에 이른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이 오동도

오동도에서 가벼이 산책을 한 후.. 세번째 목적지인 남해로 향한다. 다시 여수, 순천을 지나 길을 동쪽으로 돌리면 광양. 가는 국도 길에서 복숭아를 산 후 남해 고속도로에 진입, 하동 IC에서 나와 계속 달리면 드디어 남해 대교. 남해대교를 건너 계속 19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우리의 다음 숙박지인 내산 자연 휴양림에 도달하게 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예약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빈 숙소가 있었던 것도 하늘의 운. 남해대교를 지나자 마자 펼쳐지는 벗꽃 나무의 드라이브 코스 또한 멋진 절경. 드디어 휴양림 도착. 넓은 공간과 시원함. 냉장고와 가스렌지, 식기 도구, 깨끗한 이불..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멋진 시설에 우리는 한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잠시 짐을 정리한 후 남해도에서의 첫번째 목적지인 금산을 향한다. 등반 코스도 있고 보리암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도 있었지만 시간 문제로 드라이브 코스 선택.. 첫번째 산악주행이라고나 할까...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온갖 전설을 담은 38경의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빼어 닮았다 하여 소금강 혹은 남해 금강이라 불린다. 보광산에서 태조 이성계가 오랫동안 수도한 결과 왕위에 오르자 고마움의 표시로 비단 금(錦)자를 써서 이름을 금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차로 주차장까지 오른 후 산책로를 따라 보리암까지 오른다. 구름이 산 정상을 감싸고 있어 마치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듯 하여 주변에 펼쳐진 남해 바다의 비경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이었지만 구름의 수증기가 온 몸을 감싸는 촉촉함도 맛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보리암.. 사찰과 탑과 불상이 펼쳐진 이곳.. 세상의 근심을 잊을 듯 하다. 약수를 한잔하고 다시 하산.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 걸리는 해프닝으로 한동안 난리 법석을 떤 후 우리는 숙소로 다시 돌아 올 수 있었다. 오면서 시도해 본 저녁 시원한 바람 속에서의 "타이타닉".. 난 느끼지 못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던 듯...
숙소(위의 남해편백자연휴양림)로 돌아 온 후의 스페셜 저녁.. 삼겹살.. 모처럼 많은 맥주와 삼겹살로 풍성한 저녁 식사.. 뜨거운 대화로 잠시 감정의 상처를 입었지만 이 또한 여행의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에게.. 센티멘탈과 감성과 사랑의 느낌이 오고 가는 휴양림에서의 첫날 밤 이었다.

넷째날(木):

넷째날의 원래 코스는 거제도이다. 남해도를 빠져 나와 한참을 가야하는 미지의 섬 거제도.. 아직 숙소 같은 것은 예전과 같이 미정인 상태.. 가는 길도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길.. 아마 드라이브로 하루를 보내야 할 듯.. 그래서 계획을 바꾼 것이 남해도에서의 Another One Day. 여행에서의 지친 몸도 달래고 여유로운 하루와 해수욕도 즐기기 위해 선택한 계획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나 성공적. 커다랗게 펼쳐진 남해의 비경도 더욱 즐길 수 있는 기회.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한 후 다시 오전 수면에 빠진다. 나근한 몸이 무척이나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지만 이러한 여유로움이란 또 없으리라.. 시원한 바람과 매미 소리에 오수를 즐긴지도 두세 시간.. 한번 몸에 힘을 주어 길을 나서본다. 휴양림을 나와 해안관광도로를 드라이브. 그리고 상주 해수욕장. 남해안 제일의 해수욕장인 이곳을 노렸으나 엄청난 인파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리고 송정 해수욕장.. 다행히 주차할 공간이 있어 15년만의 해수욕을 시도해 본다. 많은 인파가 있었지만 모처럼의 해수욕이라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 달려오는 파도에 몸을 실어 보며 간만에 바다 수영도 해본다. 여행에 이런 맛도 있어야지 라는 느낌.. 열악한 샤워장 시설의 조악함도 쉽게 잊혀진다. 늦은 시간의 귀가길(?). 저녁 식사를 위해 이곳 저곳 뒤적거려 본다. 그러다 길을 놓치기도 했지만 멋진 식당을 발견한 후 모든 망상은 잊혀졌다. 민들레 수제비와 팥빙수.. 고풍스런 인테리어의 고즈넉한 식당.. 모처럼 향취를 느끼며 저녁 식사. 그리고 어둠속에서의 귀가.. "타이타닉"... 짐을 정리하고 이번주 테마 "고스톱"의 마지막 피날레를 날린 후 맥주 파티.. 시원한 맥주와 마지막 남은 쥐포.. 내일이면 떠나야 하니 오늘 밤이 마지막 대화의 장이리라... 파티가 끝나고 잠이 들 무렵.. 잠이 오지 않는지 서로의 대화가 오고 간다. 밤의 어둠은 사람을 진실되게 만든다. 시원하고 조용한 휴양림의 어둠속에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새벽5시.. 여행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흘러갔고 모두들 서시히 잠이 든다. 내일은 떠날 일만 남았다.

다섯째날(金):

해가 떴다. 여전히 좋은 날씨. 일주일 내내 날씨는 우리 편이 되어 주었다. 서울의 폭우와는 정말 반대. 약간은 늦잠을 잔 후 마지막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짐 정리와 숙소 정리를 마쳤다. 짐을 차에 잘 정리해 싣고 이젠 휴양림을 떠날 때.. 왠지 모두들 센치해 진 느낌이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지만 이 또한 여행의 일부이리라... 남해도를 관통하는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를 빠져 나와 진교IC에서 남해 고속도로를 탄다. 여기서부턴 계속해서 고속도로 길이다. 진교에서 광주까지의 남해 고속도로.. 한 후배가 튼 발라드 CD의 음악을 들으며 정신없이 차를 몬다. 음악 가사 하나하나가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센치.. 이러진 말아야지..
회덕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의 교통 사고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지체하였지만 그 이후의 고속도로는 이상하리만치 길이 잘 뚫렸다. 이 또한 우리를 위한 배려일까... 8시 무렵 양재에 도착하여 TGI Friday에서 마지막 저녁을 했다. 이젠 다시 서울에서의 예전 삶으로 돌아온 걸까.. 후배들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어두운 귀가길에서 지난 일주일을 회상해 본다. 그것이 꿈이 아니기에 미래의 꿈도 꾸어본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추억이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과 삶의 풍파에 이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를 애타게 만든다.
익숙해져 버려서 일까.. 귀가 후 홀로 보낸 금요일 밤. 오지 않는 잠이 자꾸 나를 뒤척이게 만든다. 월요일부턴 이제 평상이다.

이 글을 나와 함께한 후배들에게 바칩니다. 2001.8.5.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