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文

스키 시즌이 다 끝나가는 2월의 어느날...
콘도 사용권은 계속 파리만 날리고... 무료 스키 시즌권도 시즌이 다 끝나가는 그 시점까지 아직 만들지도 않았다.
2월의 햇살은 따스했지만, 그간 내린 폭설로 인해 스키장은 그야말로 함박눈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해서.. 결단을 내린다. 한번 강원도로 떠나리라....

마침... 대기자로 올려놓은 강원 평창의 피닉스 파크 1박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제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은 오후에 떠냐느냐.. 아니면... 저녁에 떠나느냐...
그리고.. 누구와 떠나느냐 였다.

우연히 그 전날의 아침... 가만히 있는 나의 차를 어느 트럭이 박았고.. 덕분에 나의 차는 수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젠 수리한 차를 받는 일정까지도 하나의 고려 요소로 포함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시간이 가능한 사람들의 대상을 섭외하는 것.. 그리고 오후의 출발이 가능한 상황인가도 확인하는 것.. 그야말로 복잡한 것 투성이였다.

어쨌든.. 결단을 내린다.
나의 일행은... 평생을 스키장이라는 곳에 가보신 적이 없는 부모님이 되었다. 물론 이 큰 아들과 셋이서만 여행을 떠났던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요즘 부쩍 늘어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추억 만들기를 이룰 수 있었고, 또 행복했고 편안했다.
차는 아버님의 차를 이용했고, 운전은 내가 했고, 차에 뮤직을 불어 넣기 위한 소도구들을 즉석으로 이마트에서 사들였다.
타이어에 바람도 넣고... 기름을 가득 담고... 햇살 찬란한 오후에 영동 고속도로로 접어 든다..
금요일 오후라서 안 막힐 줄 알았는데, 그래도 역시 영동 고속도로라.. 초반에는 차가 좀 막힌다... 하지만 이내 뻥~ 피닉스 파크에 금세 도착이다...
먼저 체크인을 하고.. 숙소를 들어가고.. 여장을 푸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파크 내의 식당에서 맛난 오삼불고기를 먹고... 방에 들어가 살짝 쉰 후.. 스키장으로 향한다...
먼저 시즌권.. 하지만 듣던 바와 틀리게 약간 고생을 한다...
공짜로 받게 되는 시즌권인데, 방법상에 약간 수고로움과 복잡함이 따랐다. 하지만 어쨌든.. 결국 시즌권 접수... 정말 만능 통행권이다... 너무 편하다.

그리고.. 스키..
정말 이게 몇 년 만에 타보는 것인가....
몸은 이미 엉망이 되었기에..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나의 운동 감각을 믿을 수 밖에...
그렇게 정상에 올라... 부츠를 조여 매는데...
이런 제대로 되지를 않는다...
정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겨우 버클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키...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늦은 밤 시간까지 있는 힘을 다해 탄 후... 자정이 넘어 방에 돌아간다.
너무나 따스한 방.. 그리고 눈으로 덮힌 야경...
이런 것도 여행의 멋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방에 부모님이 떡 버티고 계시니, 은근히 힘이 되고.. 여유가 된다.
TV를 보고.. 라면으로 야참을 먹으면서.. 정말 편안히 밤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부모님은 기상이시다.
오전에도 스키는 잠시 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력했지만...
역시 적기에 타지 못하고 좀 늦었다.
하지만.. 이젠.. 욕심이 없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체크 아웃을 하고... 다음 계획을 구상해 본다.
원래는 1박 2일의 짧은 스키 여행이 목표의 전부 였지만....
상의 끝에.. 하루 더.. 이 강원도의 땅에서 잠을 청하기로 한다...

우선... 스키장 구경 제대로 못하신 부모님을 위해... 곤돌라 탑승권을 끊어 정상에 오른 후, 산 정상에서 스키장 구경을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눈 덮힌 스키장과.. 강원도 산의 풍경은 정말 절경이다. 어머니가 특히 감회가 새로와 하신다. 워낙 구경 자체를 좋아하신다.
정상에 꾸며 놓은 공원 같은 곳을 산책하며 거닐고.. 사진도 꽤 찍는다...
그리고.. 하산...

이젠 스키장을 벗어나.. 동쪽으로 향하기로 하고....
주변의 관광지 중 가장 유명한 평창 허브 공원으로 향한다.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는데, 생각 보다 괜찮은 곳이다.
봄이면 더 좋겠지만, 그닥 나쁘지 않고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정한 곳은 점심을 겸하기 위해... 이효석 생가로 향한다.
이 곳 주변에 봉평 메밀로 만든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많다고 했다.
역시 봉평하면 메밀 국수다.
생가는 생각보다 자그마 했지만, 그래도 여운이 있다.
바로 옆의 식당에서 메일 국수 한 그릇 먹으니 힘이 난다..
그리고 여전히 햇살은 따스하다..

다음의 목적지는 해가 지는 속도를 감안하여 최종 목적지인 정동진으로 정하였다.
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을 넘고.. 강릉에 도착 후.. 쭈욱 다시 아래로 내려가니... 생애 두 번째로 정동진에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산 등성의 크루즈를 향해.. 계속 운전... 결국 그 곳에 도착하니 이전과 달리 공원 및 호텔로 변신해 있었다. 정말 잘 꾸며 놓았는데, 입장권을 받는 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내부는 공원이면서.. 바다를 끼고 있는 경치 좋은 전망대.. 이 곳을 숙소로 정하려 하였으나 마지막 남은 방 하나가 바로 내 순서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주변의 모텔로 숙소를 정했다.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은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온돌방에 방은 지글지글... 부모님과 셋이서 그렇게 한방에서 자는 것이 나름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잠을 자기 전... 정동진의 해변에 자리 잡은 횟집들 중 한 곳에 터를 잡고 맛난 회를 먹었다. 역시 이런 곳에서 먹는 회가 별미이다.

그렇게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간 곳은.. 정동진 역..
드라마 모래 시계로 인해 너무나 유명해 진 곳이며... 이렇게 여기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온 것이다.
예상 일출 시간은 7시 7분...
특별히 정초가 아닌 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이른 시간에 나와 있었다. 역시 사람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드디어 30여분이 지나고... 해가 바다 위 저 멀리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때의 가슴 벅참이란... 그래서 이렇듯.. 해돋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오는 듯 싶다. 정말 대단...

그리고 해돋이 보기를 마치고, 정동진 역의 모습과 바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후,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정동진을 나서.. 강릉.. 그리고 영동 고속 도로...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이 좀 지난 후였다.

2박3일의 여행 기간이었는데..
정말 스키장 뿐만 아니라.. 강원도 여행의 묘미를 맛 본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렇 듯 차를 이용해.. 부모님과 셋이서 떠난 여행이라니...
그 자체로서 정말 의미가 큰 여행이었고,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강원도...
이런 식의 여행을 몇 번은 더 가져서...
강원도 곳곳의 숨은 절경과 정취를 다시 한번.. 더 자주 느껴 보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오랜 시간 기억될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