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일주 출장기 (서문)

<序文: 해외 일주 출장을 마치고..>

총 7박 11일의 출장.. 처음엔 6박 9일의 출장 이었으나 인도에서 짐이 도착하지 않는 낭패를 당하며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있어야 했고.. 그로 인해 중국에서의 일정도 몇 시간 늘어나 결국 도착을 자정을 넘긴 25일 금요일 새벽에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닌 후로.. 이런 식의 출장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고.. 처음의 6박 9일 계획을 보면.. 화요일 새벽에 집을 나서.. 차주 수요일 밤 12시가 되어야 집에 도착하는 그야말로 초 강행군의 세계 일주 출장 일정이었다. 몇 박은 비행기 안에서 해야 하는...

체류 및 숙박 지역은.. 총 4개국 5개 도시.. (미국 달라스/뉴저지, 폴란드/바르샤바, 인도/방갈로르, 중국/베이징)
잠시 거쳐간 곳을 포함하면.. 6개국 7개 도시.. (+ 독일/프랑크푸르트, 태국/방콕)
1박은 달라스, 뉴저지, 베이징의 총3박.. 2박을 한 곳은 바르샤바와 방갈로르..
모두 8번의 비행기 탑승에 실제 비행 시간만 총 45시간 35분.. 좀 더 자세히 하면..
Incheon-Dallas: 12시간 20분, Dallas-Newark(NJ): 3시간35분, JFK(NY)-Warsaw: 8시간50분, Warsaw-Frankfurt: 2시간,
Frankfurt-Bangalore: 8시간 30분, Bangalore-Bangkok: 3시간35분, Bangkok-Beijing: 4시간45분, Beijing-Incheon: 2시간
기온은.. 바르샤바 최저 온도 -10도.. 인도 낮 최고 온도.. +30도.. 그나마 달라스와 뉴욕의 추운 날씨와 폭설의 여파가 한 주 비켜간 상황..

간단히 통계로만 봐도... 나름의 특색 있는 경험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몸은 힘들지만.. 특별하다는 그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이겨냈다..
각 지역에서의 출장 결과 정리와.. 다음 목적지에서의 출장 준비를 비행기 안에서 하면서 지냈고..
초 강행군에 살이 빠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하루 세 끼 개념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먹고 또 먹고 시리즈... 비행기를 타면 먹이고.. 내리면 일상의 하루 세끼 식사이고.. 또 타면 먹이고... 그야말로 주는 대로 먹으면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그런 식이었다..

특히 이번 출장은, 처음 가본 도시가 많았는데.. 베이징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가 본 곳.. 달라스는 정말 가보고 싶던.. 지인들이 많던 도시였고, 바르샤바도 작년에 폴란드 크라코프(제2의 도시이자 옛 폴란드의 오랜 수도)를 방문한 이후에는 한 번 가보고 싶던 도시였다. 인도의 방갈로르는 모든 사람들이 걱정을 했던 곳이었고, 역시나 실제 그랬지만, 인도라는 나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어떤 매력이 한번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여기서는 간단히.. 출장 중 있었던 가벼운 단상과 해프닝들.. 나중에라도 기억하고 싶던 그런 것들을 간단히 담아 본다..

<출발>

출장은 화요일..그리고 11시 비행기다... 보통 1시 비행기는 되어야 하는데.. 다소 촉박한 시간대...
그나마 월요일이라는 준비 시간이 주어진 것인데 이게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하루 종일을 허겁지겁 준비하는 데 보냈고, 가급적 일찍 귀가해서 출장 준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짐 가방을 새로 사기 위해 이마트까지 가야 했다. 자정이 되어 문을 닫기 전에 겨우 도착해서 고장난 옛 가방의 수리를 맡기고 오랜 고민 끝에 최근 유행하는 가방을 하나 샀다. 약간은 가죽 느낌의 재질에 지퍼가 달린 가방.. 디자인과 사이즈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귀가.. 새벽 7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짐을 쌀 생각을 하니 너무나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항상 그렇듯.. 이렇게 여행 준비를 하면, 완전히 대청소를 하게 되고, 평소에 정리하고 싶던 많은 것들을 이 기회를 통해 하게 된다... 심지어 주소록 정리 같은 것.. 출장 준비를 위한 사전 정보들을 출장 중 보기 쉽도록 이리저리 재배치하고 저장해 두는 것.. 등등... 그러다 보니 금새 새벽 4시가 되었고 이럴 땐 항상 다시 고민이 찾아 온다. 완전히 밤을 샐 것인가 아니면 한 두 시간이라도 잠을 잘 것인가에 대한 고민... 결국 한 시간 정도 눈을 부쳐 보기로 결심했는데 이게 아주 위험한 일.. 긴장 속에 그래도 어떻게 한 시간 정도 맞춰 일어 났고, 바로 짐을 싸기 시작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시간에 맞추어 공항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왠 일로 사람들이 많다. 서서 갈까 봐 약간 걱정.. 그런데 버스가 생각보다 좀 늦다. 그래서 더 걱정..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눈 대중으로 적당히 버스 안을 보니 사람들이 꽤 있다. 약간 불안.. 그리고 짐을 넣고.. 버스에 탐승.. 아니나 다를까 간발의 차이로 서서 가야 하는 상태.. 시간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되기에 결국 서서 가기를 선택했다. 물론 법적으로는 서서 타는 게 안 되는 게 맞지만 비행기를 놓칠 수는 없는 일..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 아무튼 공항 버스를 이용한지 처음으로 버스에 선 체로 인천 공항까지 갔다. 정말 처음부터 너무나 힘든 고역.. 참으로 먼 길 고생길 같은 느낌으로 이 여행은 시작 되었다.

<달라스>

친절한 비지니스 석의 스튜어디스에게 환대를 받고 그토록 그리던 달라스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한 비행기.. 미국에 도착해도 같은 날 아침 8시다.. 미리 준비해 준 택시를 타고 일단 호텔로 향한다. 역시 땅 넓은 미국이라 모든 물자가 풍부해 보이고, 공간도 시원 시원하게 쓴다. 원했던 호텔은 이미 꽉 차서 그 맞은 편의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매우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간대 였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early check-in을 허락해 준다. 하지만 핸디캡이 있는 방 딱 한 개만 가능하단다. 물론 나는 오케이. 욕조가 없고 샤워기만 있다고 하는 데... 하룻밤에 무슨 상관이랴... 그런데 한참 고민을 하던 카운터의 그 분이.. 결국 상위 등급의 방으로 업그레이드 선언... 물론 나는 with same price?? 를 외쳤고, 흔쾌히 of course.. 답변..
방은 정말.. 혼자 쓰기 아까울 정도였는데. 거실 하나에 방은 두 개.. 각 방엔 화장실과 세면대가 별도로 딸렸고.. TV까지 있었다. 주방에는 커다란 냉장고와 가스렌지, 전자렌지, 오븐 등.. 완벽한 시설... 물론 내가 이용할 건 아니지만 말이다..

달라스는 그 이전 주만 해도 이상 기온으로 한파였고, 눈까지 내려 도시가 거의 마비되었단다.. 그래도 내가 갔을 때는 봄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고, 넓은 평원의 따스한 사막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도착이라 정신이 계속 멍했는데,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역시 미국 다운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호텔에서 잠깐 오전의 멍 때림과 비몽사몽 수면을 취하고 오후부터는 업무 착수. 참.. 그 전 점심 때.. 달라스에 1년 동안 파견 나왔던 임책임이 픽업 나와 드디어 만날 수 있었고 너무나 반가운 해후를 했다. 그리고 손책임과도 거의 첫 인사.. 셋이 멋진 곳에서 점심을 같이 한 후, 오후부터는 미팅 시작.. 그리고 맛났던 저녁 식사는 현지 주재원 포함해서 맛난 고기로 한번... 다시 셋이 남은 후에는.. 와인과 함께 가벼운 얘기들... 그렇게 달라스 도착 후의 첫날 밤은 지나갔다. 호텔까지는 임책임이 데려다 주었다. 정말 땡큐~~

다음날 오전.. 호텔에서 가볍게 음료수로 아침을 떼우고, 다시 오피스로 가서 두 번째 미팅을 가졌고.. 점심이 되기 전.. 바로 그곳을 떠나야 했다. 전날 공항에서 호텔로 데려다 준 그 기사 분이 다시 오셨고, 짐을 싣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너무 시간을 충분히 둬서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별탈 없이 AA를 탔고 뉴저지의 Newark 공항으로 향했다.

<뉴저지/뉴욕>

비행기 도착 시간은 저녁 6시30분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할 때 쯤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뉴욕이 눈 안에 들어왔다. 석양이 땅 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땅에 펼쳐진 눈의 풍경과 함께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말 이 시기에.. 이 시간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항상 후회스런 마음으로 남았다. 그 만큼 멋진 장면이었고, 석양이 완전히 지고 났을 때는.. 한 없이 휘황찬란한 맨해튼의 뉴욕이 눈 앞에 펼쳐 졌다. 비행기는 맨해튼의 위아래와 평행하게 위에서 아래로 쭉 흝으며 날았고, 그 만큼 멋진 야경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 Newark 공항 도착.. 보통 뉴욕은 JFK 공항이지만, 뉴저지로 가려면 이곳 Newark 공항이 더 가깝다. 공항에 내리니 확실히 날씨가 싸늘하다. 마치 늦겨울.. 초겨울 날씨.. 미리 예약해둔 택시가 다소 늦게 도착했지만, 화장실이 급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고, 택시에 올라 다소 먼 거리의 뉴저지 브릿지워터의 호텔로 향했다. 시간은 한 시간 넘게 걸린 듯 싶은데.. 보통 2시간은 잡아야 여유가 있단다. 그 만큼 뉴욕의 교통은 예측할 수가 없다고...

이미 해는 다 졌고, 어둠의 평원이 좌우로 펼쳐진 후.. 이윽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모두 2층 건물에 일반 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 인테리어는 정말 깔끔하고, 별장에 온 느낌.. 역시 냉장고, 가스렌지, 오븐 등 주방이 잘 갖추어져 있고, 달라스 처럼 방 2개에 주방, 거실이 따로 있고, 각 방도 참 넓다. 어쨌든 이곳에서 잠을 자는 것도 아주 짧은 순간.. 바로 아침이 되면 체크 아웃을 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

호텔에서 좀 기다리니.. 먼저 출장 와서 일하고 있던 이 책임이 왔고.. 같이 이 책임이 렌트한 차로 김치하나 라는 유명한(?) 한식집을 갔다. 좀 늦은 저녁이었지만, 멀리 뉴저지에서 동료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가 괜찮았다. 돌아가서 호텔에서 가볍게 커피 한잔.. 세상 돌아 가는 얘기를 나눈 후, 취침... 그리고 아침.. 역시 별로 인상 깊지 못한 아침을.. 음료수 위주로 가벼이 하고 드디어 오피스... 물론 이책임과 같이 차로 이동.. 거기서 정말 오랜 시간 주재원으로 나와 있던 이수석을 드디어 만나고, 그 분의 오피스 방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다. 틈틈이 미팅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금방이다. 점심도 역시 김치하나에서 같이 먹고.. 저녁은 가볍게 스킵... 저녁7시가 되니 예약해 둔 택시가 왔고.. 역시 어제 공항에서 호텔까지 태워다 주신 그 분이다. 그렇게 다시 공항으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JFK 공항..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생각보다 차는 막히지 않았고, 좀 이른 시간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하고 라운지에 있는 중에.. 미국에 사는 몇 분과 통화를 하고, 수속하던 카운터에 놓고 온 것이 있어 두 번이나 다시 찾아가야 하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LOT-POLISH AIRLINES의 비행기.. 처음 타보는 폴란드 항공사의 비행기였다.
어쨌든, 옆자리가 빈 체로 거의 9시간 걸리는 비행을 참으로 평안히.. 하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하며 보냈던 것 같다. 가장 신경을 쓰고, 역점을 두었던 것이 바로 폴란드에서의 미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밤 비행기라 자야 했지만.. 도착지 기준으로 보면 아침의 시작인 시간이다.

<바르샤바>

바르샤바라고 하면 누구나 알겠지만, 사실은 영어로는 Warsaw여서 발음은 대충 '워소'이다. 이러면 아마 모두들 어딘가 싶을 것이다. 이곳에 도착하니 맑은 날씨 같지만, 눈이 내린다. 조금씩 조금씩 흩날리는 눈.. 일반적으로 동유럽으로 불리는 이곳이라 그런지 왠지 눈의 느낌이 딱 어울린다. 모두의 옷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도시가 화려함 보다는 고즈넉함과 평화가 느껴진다. 여느 대도시와는 틀린 느낌이다. 아직 덜 발달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느낌이 차라리 좋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그리 오래지 않아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도착했다. 비지니스맨들이 많이 찾는 호텔이라 그런지 아주 높고, 깔끔했고, 내부 인테리어도 멋졌다. 특히 창 밖으로는 도시 전체가 조망하듯 보였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훨씬 멋졌겠지만, 눈발 날리는 이 도시의 느낌이 여전히 좋다.

호텔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 30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미팅이 오후 4시에 잡혀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택시를 잡고 오피스로 향한다. 조금은 정신 없이 미팅을 진행했지만, 모두의 환대가 고마웠고, 원했던 만큼의 미팅이 이루어졌다. 현지 주재원 분도 너무 잘 챙겨 주셨고, 미팅 했던 일원과의 저녁 식사 자리(+부드카)도 폴란드 식으로 즐거웠다. 멀리서 있지만 같이 일하는 이런 동료와의 만남.. 꼭 필요한 것 같다.
계속 원샷을 해야 했던 폴란드의 부드카에 완전히 정신을 잃은 듯..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눈이 확 떠졌다. 늦은 시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조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히 속이 엉망이다. 계속 힘든 시간을 오전에 보냈고, 조식을 먹을 때는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아침 식사를 담당했던 그 호텔의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완전 짱이었다. 실제 하프를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었고,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넓다란 창 밖으로는 토요일 아침의 거리 풍경이 정말 낭만적으로 펼쳐 졌다. 정말 오랜 시간 음악을 들으며, 그 곳 거리 풍경에 심취해 있었던 기억이다. 속 만 좋았어도, 정말 맛난 음식과 함께 그 곳에서의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정신을 좀 차린 후, 바르샤바에 오면 한번은 꼭 가봐야 한다는 구시가지를 한번 산책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두 어 시간 산책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는데, 주위 폴란드 사람들의 복장은 정말 완전 겨울용이다. 부츠와 털 많이 달린 모자가 달린 코트가 기본이었다. 정말 춥게 그 유명한 구 시가지를 걸으며, 바르샤바 대학 등등의 유명 건물과 성당을 보고 나니, 온 몸이 언 듯 한 느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아오는 길은 택시를 이용했다. 역시 택시를 타니 호텔까지 겨우 10분..

점심 때 현지 주재원 분을 만나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오피스에 들려 가볍게 미팅을 하였다. 물론 메일도 다운 받고.. 이런저런 일을 토요일의 빈 사무실에서.. 저녁은 그곳 소장님께서 초빙을 하였는데, 외곽의 어느 유명 궁전 근처에 있는 스시집(스시집이라고 하면 보통 한식집이다.. 요즘은 해외 어디든 스시와 한식을 같이 한다)이었다. 타 부서의 일행이 많았고, 그 부서가 실제 저녁 식사의 주 초대객이었지만, 나름 새로운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즐거웠다. 눈은 더 쌓여 있었고, 역시 쇼팽이라 불리는 부드카를 많이 마셨다. 역시 이런 곳에 오면 술을 피할 수 없었지만, 항상 적당한 분위기에 걸맞는 정도다.
택시로 호텔로 돌아오니, 늦은 밤.. 새벽4시에는 일어나야 7시25분 비행기를 탈 수 있기에... 아쉬운 조식을 뒤로 하고 새벽5시쯤 호텔을 떠났다. 역시 공항까지는 금방.. 깔끔하다고 느껴진 공항을 떠나.. 드디어 인도로 향하는 길.. 우선 프랑크푸르트까지 LO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의 비행을 했고.. 거기서 한 동안을 라운지에서 보낸 후.. 다시 인도의 방갈로르로 가는 루프트한자(LH)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거기서 인도까지는 무려 8시간 30분 간의 비행.. 정말 먼 거리였는데, 비행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백인들이 많았던 것이 매우 인상적.. 조금은 북새통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쨌든 그 시간도 생각보다 쉽게 흘러갔다.

<방갈로르>

어둠이 가득한 곳... 새벽 1시 30분 쯤..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나쁜 얘기는 가장 많이 들었던 인도에 드디어 도착했다. 방갈로르는 사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많이 있는 곳이라 그래도 가장 발달한 도시 중의 하나지만, 들리는 소문은 그리 좋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기 위해 내려가던 에스컬레이터.. 갑자기 눈 앞에 Mr. Yim은 Baggage Office로 오라는 안내문이 써 있다. 순간 불안감이 쏴~악 밀려 왔고, 역시 아니다 다를까 내 짐이 그 쪽 실수로 오지 않았단다. 다음날 아침에 온단다. 나는 화들짝 놀라 반문했다. 나는 다음날 새벽 1시 비행기로 떠난다라고... 내가 타고 왔던 비행기로 다음날 와서 그런 것 같은데, 나의 방갈로르 일정은 겨우 24시간 이었고, 짐을 찾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무슨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고, 사실 영어 대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무슨 얘기인지 도저히 알아 듣기도 힘들었다. 어쨌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확인을 하기로 하고, 호텔 주소, 한국의 집주소 제대로 적어주고, 영수증 같은 것도 받고, 현금도 8000루피나 받았는데, 나는 사실 이 현금을 받으면 짐을 못 받는게 아닌가 싶었다. 짐 값 대신 주는 것 같은 느낌...
나중에 호텔로 와서 환율을 확인해 봤더니 8000루피면 20만원 정도 되었다. 아차 싶었다. 내 짐이 그 값은 훨씬 더 되었기 때문...
도착부터 불안감만 증폭한 상태에서 공항을 나서는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이곳의 기본 문화 같다. 모두 택시 기사 또는 호텔 차량 기사였고, 예약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도 다수...
어쨌든 겨우, 한글로 된 내 이름을 새긴 팻말을 찾았고, 그 사람을 따라 차에 오른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것이 특이했고, 역시 날씨는 여름 날씨.. 내 옷이 덥게 만 느껴졌다. 이젠 옷도 갈아 입을 수가 없다.

호텔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인도의 첫 인상을 대표할 수 있다. 너무 늦은 밤이라 인적이 드물었지만 가끔씩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호텔까지의 1시간여 길은 그야말로 무서움으로 가득 했다. 거친 운전과 부실한 거리.. 쓰레기와 멍멍이들로 가득한 길과 주변.. 호텔로 들어 가기 전까지... 혹시 다른 곳에 끌려가도 아무도 모르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법이 있을까? 말이라도 통할까 하는 두려움?어쨌든 호텔에 도착했고.. 그곳은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고.. 친절하셨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낯설었다. 약간 여관 같은 분위기.. 음.. 이전의 호텔과는 완전히 틀렸다.. (물론 나중에는 이곳에 정이 완전히 들었다. 그냥 집 같은 곳이다. 밥도 계속 나오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머물 수 있고..어딜 가든 데려다 주고.. 올 때도 다시 픽업해서 호텔로 데려와 준다.. 언어도 통하고.. 전화도 빌려 주시고.. 인테리어가 쌈박하지 않은 점은 인도에서는 사치임을 알게 된다. (그냥 한국에서 일반집에 머문다고 생각하면 제일 좋다)

일박을 조금은 불안한 가운데 하고..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방갈로르에서의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그에 따라 연달아 이후의 일정이 모두 24시간 shift.. 항공 일정도.. 호텔 일정도 모두 연락해서 하루 씩 미루었다. 물론 회의 일정도 하루 씩 미루었기에 관련된 모든 분들께 메일을 보내야 했다.

그리곤 오후.. 오피스에 가서 미팅을 했다. 오피스로 가는 길에서 보는 낮의 인도 모습..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60년대 분위기가 딱 이러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머문다면 과연 익숙해 지고, 정이 들까?
미팅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주재원과 같이 하고 호텔로 다시 왔다. 짐은 다음날 아침에 호텔로 배달해 줄 것이라는 얘기를 호텔을 통해서도, 오피스의 인도인 동료에게서도 몇 번 확인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일단 짐이 와야 모든 걱정을 잊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다음날 아침.. 새벽부터 벨이 울리고, 전화에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래서 호텔 전화 번호를 알려 줬다. 아마 짐을 운반하러 온 인도인이 아닐까?? 역시 두어 시간 후에 호텔 메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짐이 왔단다. 무사히 온 짐... 짐을 가져 온 사람은 계속 팁! 팁!을 외치는데, 주지 말란다. 외국인만 보면 그런다고..
어쨌든 짐이 와서 정말 반가웠고, 옷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준비해 온 여름 옷으로....
여느 때 같으면 미팅도 없는 이 날.. 나름의 계획을 꾸며 보았을지 모르나, 여기는 인도...
만사 꿈을 접고.. 오직 일에만 전념했다. 밀린 레포트라도 얼릉 써야 하지 않을지.. 그 동안 밀린 것이 너무나 많다..
하루 종일을 그렇게 보내다... 용기를 내어 한 시간 정도.. 호텔 주변을 거닐어 보았다. 대낮이고.. 그래도 인도의 맛은 느끼고 싶어서..
상가도 아니고, 유흥가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도시의 사람 사는 곳의 모습일 것이다.
역시 한 시간이면 충분했고, 그래도 왠지 아쉬움이 좀 남았는데.. 미련을 참으로 쉽게 버렸다.

밤 9시.. 드디어 게스트하우스를 나서.. 공항으로 향한다. 새벽 1시 비행기이다.
역시 호텔에서 데려다 준다..공항으로.. 늦은 시간인데, 차는 많이 막혔고, 사람도 많았고, 역시 운전에 규칙이 없다. 많은 크라숑 소리와 과속.. 끼어들기.. 사람들은 길을 막 지나가고.. 아이고 정신이 없다.
어쨌든 공항.. 공항에 들어갈 때는 군인들이 입구를 막고 서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한다. 탑승객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공항에 들여 보낸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은 처음 이었다.
어쨌든 라운지에서도 계속 레포트를 쓰다.. 비행기에 오른다. 새벽 1시... 다음 목적지는 마지막 목적지인 베이징... 일단 방콕으로 타이 항공을 타고 간 후.. 거기서 4시간을 보내고.. 다시 베이징 행 타이 항공을 타고 간다. LOT 폴란드 항공이나 LH, 타이항공이 모두 스타 얼라이언스 가맹 항공사 인 것은 천만 다행이다. 마일리지 적립이 아시아나로 가능하니 말이다. AA는.. 아쉽지만 미련 없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잠이 절로 온다.. 방콕 까지는 세 시간 반인데.. 그 새 식사를 주는 바람에 수면 시간이 많이 줄었다. 괜히 먹었다. 어쨌든 잠깐 존 사이에 금새 방콕이다... 처음 와 본 나라... 태국.. 방콕.. 비록 트랜짓 이지만 반가웠다.. 도착 시간은 한참 이른 아침 6시... 막 해가 떠오른 느낌이다. 4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라운지는 정말 잘 되어 있었고, 어깨 안마를 30분간 무료로 해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아주 깔끔한 분위기에서 차도 주면서.. 물론 땡큐였다. 그 후 라운지에서 보낸 4시간은 금방이었고, 베이징 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아침 10시..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베이징>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쯤.. 방콕에서 베이징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시간차는 2시간.. 방콕과..
베이징의 공항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 그래도 역시 중국은 택시 타기가 항상 걱정이다. 대부분 말 귀를 알아 듣지 못한다. 꼭 한자 프린트가 필요하다.
짐을 찾는데.. 오 마이 갓... 새로 산 가방의 지퍼가 완전히 터져 있다. 다행히 한 쪽 모서리 막힌 부분과 lock 부분의 고정.. 그리고 비닐로 패키지화 한 나의 짐 때문에 어디로 새 나간 짐은 없는 것 같지만, 완전 당황했다. 새 가방인데.. 이럴 수가.. 이 상태로 호텔까지??? 아무래도 고칠 수는 없을 듯 하여 그 상태로 호텔로 가져 갔다. 그리고 완전히 짐을 비우고, 어렵게 대충 고쳤다. 호텔 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이거다.

하루를 머물기로 한 호텔 Kunlun은 매우 유명한 곳이다. 오피스에서도 가까운데.. 물론 공항에서도 30분 정도 걸릴 뿐이다.
역시 중국 호텔은 가격 대비 세계 최고.. 역시 분위기와 스타일이 틀리다..
짐을 풀고.. 여독을 푸는 샤워 한번.. 그러니 어두운 저녁이다. 베이징은 도착하자마자 역시 뿌연 연기 같은 하늘이 나를 맞이했다. 익숙하지만, 그래도 항상 싫은 이런 날씨..
다행히 저녁은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중국 연구소의 누구와 할 수 있었다. 항상 친구처럼 맞이해 준다.. 물론 직급상은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경계는 별로 없다. 간 곳은 베이징 덕으로 유명한 집.. 거기서 일년 여 만에 만나 맥주 한잔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주은래가 예전에.. 항상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데리고 갔던 곳이라 한다.. 물론 현재는 많은 체인점이 있고, 간 곳도 오리지널은 아니다. 그렇게 중국에서의 유일한 밤을.. 첫날 밤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고 호텔에 돌아 왔다. 로비에서만 WiFi가 되어서, 밤 늦게 로비로 내려 와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켜고 논다. 메일도 보고, 기타 여러 가지...
중국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막아 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몇 번 시도를 하다 한참 되어서야 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실임이 판명 된 셈.. 로비에는 아주 늦은 새벽 한시.. 두 시인데... 어여쁜 아가씨들이 자주 눈에 띈다.. 무슨 일일까.. ? 호기심이 반반..

다음날 아침.. 급하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오피스로 갔다. 괜히 시간을 일찍 잡았나 보다. 정말 많이 후회 했다. 그리고 막상 가서는 이래 저래 시간이 좀 지연 되었다. 밥이나 제대로 여유 있게 먹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어쨌든 새로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전에 알 던 분들과 반가운 해후를 했고.. (중국 여기에 온 것이 거의 일년 반 만이다. 그때는 거의 한달은 머물렀던 기억이다.. 다시 와서 반가웠다) 예상보다 일이 많아 많이 지연되었다.
원래 중국에서의 출발 비행기는 오후 6시였으나, 인도에서의 짐 사태로 인해 9시 20분 비행기로 바뀌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대충 교통이 끊긴 상태.. 걱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택시를 타야지.. 비록 거금이 들겠지만...

그리고, 역시.. 그렇게 쉽게 이번 출장은 끝나지 않았다. 미팅을 마치고.. 짧은 1시간의 저녁 시간에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권하는 38도 짜리 술을 그대로 받아 마신 나머지.. 라운지에서 잠깐 잠이 들었고... 묘한 진동에 잠을 깨어 보니 시간은 9시 30분.. 이미 출발 시간은 지난 상태였고.. 로밍폰으로 전화가 이미 여러 번 와 있었고..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전화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못 받았다면.. 아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정신을 차리고 정말 열(?)나게 게이트로 뛴 나는... 거기서 나 만을 기다리고 있는 몇 몇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대한 항공이길 망정이지.. 만약 다른 항공사 였기라도 했다면... 아 끔찍하다.
어쨌든 쏘리 쏘리를 연발하며 비행기의 마지막 탑승자가 되었고, 진땀을 흘리며 비행기에 올라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마지막 까지 쇼를 하며.. 길었던 세계 일주 출장은 끝이 다가왔다. 한국 까지는 겨우 2시간 정도.. 금방 시간이 갔고, 정다운 인천 공항에 이르렀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그래도 공항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오가는 버스는 없었다... 택시 등을 이용해 어떻게 어떻게 집에 들어가니 새벽 3시 반 쯤.. 어머니가 그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반가이 맞이해 주신다.

<도착>

새벽 1시쯤 도착했으나, 그 전날을 출장 기간으로 생각했던 나는.. 결국 도착한 그 날 금요일에 출근을 했고... 출장이 공식적으로는 금요일까지라는 얘기를 듣고 만다.. 한마디로 출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하루를 이용해 출장 보고서를 완료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그래도 마음 편히..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삼일절이다... 월요일에 출장 보고를 하니.. 이제 지난 2주간의 일들이 오랜 된 꿈처럼 기억된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그 시간들을 다른 각도에서 또 한번 정리해 보고.. 이제 내일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 같다.. 여전히 2주간의 공백으로 쌓인 이 곳에서의 일들이 많고,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한 없이 쌓였지만, 버릇처럼 된.. 하지만 이제는 다소 버거워진 이런 글쓰기를 마침으로써, 보다 집중력을 갖고 남은 일들을, 나머지 기쁜 유희들을 추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출장은.. 그 어떤 출장보다.. 새로운 형태로.. 의미로 기억될 것 같다.. 1년만의 출장이라.. 아마 다음 출장이 언제일지 현재로서는 기약할 수 없지만, 아마 전무후무 스타일의 그런 출장이 되지 않을까 싶고, 소개 하는 사진들은... 출장으로 간 것인만큼.. 바르샤바에서의 짧은 구시가 여행을 제외하면.. 별로 볼 만한 사진은 아니라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여행으로.. 비슷한 여행을 다니고 싶은 것이 또한.. 나의 작은 희망이다..